마우리치오 카텔란 <<WE>>
참여작가 :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
기간 : 2023년 1월 31일 (금) ~ 2023년 7월 16일 (일)
장소 : 리움미술관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길 60-16)
운영시간 : 화-일 오전 10시 ~ 오후 6시,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리움미술관은 2023년 첫 전시로 이 시대의 가장 논쟁적인 작가로 알려진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의 <<WE>>를 개최합니다. 2011년 뉴욕 구겐하임 회고전 이래 최대 규모인 이번 전시는 카텔란의 미술계 등단 시기인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소개된 작품 38점으로 구성됩니다.
카텔란의 작품을은 보기에 단순하게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극사실적 조각과 회화가 주를 이루며, 대부분 미술사를 슬쩍 도용하거나 익숙한 대중적 요소를 교묘히 이용합니다. 익살스럽고 냉소적인 일화로 포장된 그의 작품은 무례하고 뻔뻔한 태도로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게 하고 우리 인식의 근간을 순식간에 뒤엎어버립니다. (출처: 리움 홈페이지)
아주 오랜만에 올리는 전시회 후기.
귀찮다는 이유로 후기 쓰기를 게을리 했는데 시간이 지나 감상이 흐릿해지게 되고 그 순간의 감동이 쉽게 잊혀지는 것 같아서 앞으로 다시 열심히 쓰겠다는 다짐으로 쓰게 되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 전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전시 기간을 보니 아직 시간 여유가 있길래 날씨 따뜻해지면 보러가야지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찾아보니 무료 전시였고 게다가 예약까지 엄청 치열하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되었고.. ㅠㅠ
이렇게 여유부리다가 나중에 못보게 될 것 같아서 피튀기는 예약 전쟁에 참전했는데 운좋게도 두 번만에 성공해서 다녀오게 되었다 (뿌듯)
막상 해보니 예약이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쎈척)
팁이 있다면 59분 45초 정도에 새로고침 누르는거..?
노트북이랑 핸드폰 둘다 함께 시도했는데 나는 핸드폰으로 예매를 더 빠르게 성공했다.

나는 10시 예약으로 해서 문 열자마자 들어갔는데 아침인데도 사람이 많았다.
확실히 화제의 전시인긴 한가보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카페트.
카페트에는 FORMAGGIO DEL BEL PAESE 라고 적혀있는데, 벨 파아제는 "아름다운 나라"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작품은 1994년 카스텔로 디 리볼리 현대미술관에 전시되었는데 수많은 관광객에게 짓밟혀 더렵혀졌다고 한다.
이탈리아는 '아름다운' 나라임이 틀림없지만, 무분별한 관광산업은 나라를 병들게 하기도 한다.
작가는 얼룩진 카펫을 통해 이탈리아가 가진 환상적인 이미지와 국가가 실제로 겪고 있는 정치경제적 갈등 사이의 간극을 파고 급니다. 이번 전시에서 이 카펫은 관객이 밟지 못하도록 설치되어 마치 '아름다운 나라'라는 브랜드를 소개하는 상품처럼 자리 잡고, 복잡다단한 국가적 정체성과 상품의 논리를 머금은 채 여러분을 맞이합니다.
이렇게 해설이 있었는데, 음 너무 나간거 아닐까 싶었다... 와닿는 설명은 아니였다.


두 남성이 가지런히 누워있는 침대가 놓여있다. 양복을 입은 두 남자의 모습은 장례식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가까이 들여다보면 둘 다 카텔란의 얼굴과 무척 닮았다. 쌍둥이인지, 도플갱어인지, 복제 인간인지 모를 두 인물은 서늘한 기분이 들게 하기도 하고 고약한 농담 같기도 하다. 현대미술에서는 작가의 정체성이 일종의 예술적 실천이 되기도 한다. 1960년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대두된 개념미술 운동인 아르테 포베라(Arte Povera)의 대표 주자 알리기에로 보에티(Alighiero Boetti)는 1973년 자신을 알리기에로와 보에티라는 두 사람이 합쳐진 쌍둥이라고 선언한다. 관객을 향해 마치 두 명의 같은 사람이 나란히 걸어오는 듯한 사진 작업 <쌍둥이(Gemelli)>(1968)는 개인과 사회, 질서와 무질서를 왕복하는 작가의 분열적 존재와 실천을 대변해 준다.
죽은건지 산건지 알 수 없는 무표정의 두 남자.

이쯤에서 실제 작가가 궁금해져 검색해보니 잘생긴 쾌남 이태리 아저씨였다...!
(작품보다 실제가 더 잘생김)


뜬금없이 바닥을 뚫고 머리를 내민 인물이 있다. 비정상적인 경로로 전시장에 침입한 인물은 작가 본인인 카텔란을 많이 닮았다. 이 작품을 처음 선보인 로테르담 보이만스 반 뵈닝겐 미술관(Museum Boijmans Van Beuningen)에서는 마치 그림을 훔치려는 듯 18 세기 네덜란드 대가의 회화가 잔뜩 걸린 방에 설치되었다. 하지만 그가 정확히 무엇을 하려는지는 알기 어렵다. 마리오 모니첼리(Mario Monicelli) 영화 감독의 1958 년 작품 <마돈나 거리에서 한탕(I Soliti Ignoti)>에서 전당포에 침입하려고 구멍을 뚫었지만 웬 아파트 부엌으로 나오게 된 주인공처럼 황당한 실수를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 작품 사진을 전시 홍보물로 접했는데 실제로 보니 더 재밌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멍 안에 몸통까지 볼 수 있는데 디테일이 좋았다.
전시회 여기저기에 비둘기가 참 많은데 놀랍게도 많은 사람들이 비둘기에는 관심을 주지 않았다.
길거리에서 너무 많이 봐서 그런가... ㅋㅋ


냉장고가 전시장에 놓여있고, 그 안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중년의 여성이 쭈그려 앉아 관객을 마주한다...
카텔란 작가는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여의었는데, 이 작품을 통해 어머니를 기리고자 했다고 한다.
냉장고 속의 인물이 어머니라고 하니 어쩐지 짠한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섬뜩할 수도 있는데 미소가 너무 인자해서 마치 작가의 어머니가 장난치려고 냉장고 안에 들어가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머니와 부엌에서의 즐거운 기억이 많았었나.
자기의 방식대로 어머니를 추억한다는 점에서 인상깊었다.


1층 전시장 안쪽으로 들어와보니 다소 작은 몸집의 히틀러가 있었다.
작가는 이미지를 통해 민감한 주제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한다.
그래서 금기시되는 인물을 살려내 토론을 할 수 있도록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히틀러가 금기시 되는 인물은 아니지만 유럽에서는 확실히 언급조차 꺼리니 어떤 의도로 만들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이 작품 역시 몸통이 작은 한 인물인데 작가의 얼굴을 닮았다.
몸의 크기는 어린이에 불과하지만 피로가 묻어나는 중년의 얼굴을 표현해 예술가의 딜레마를 표현했다고 한다.
자세히 보면 머리카락, 손의 핏줄 디테일 등이 완전 잘 살아있다.
이 작품을 보고 귄터 그라스의 책 양철북의 주인공 오스카가 생각났다.

작가분이 참 유쾌하신 듯. 이런 성격이 작품에 잘 드러나는 것 같다.


언제봐도 설레는 I♥NY 문구
하지만 자세히 보면 911테러 이후 희생자를 기리고 도시의 회복을 염원하는 메세지로 가득차 있다.


뉴욕 경찰 제복을 입은 프랭크와 제이미가 거꾸로 물구나무를 서고있다.
911테러 직후 한 갤러리에 소개됐는데 테러로부터 국민을 지키지 못한 국가의 실패를 표현했다고 한다.
공권력을 행사하는 존재가 거꾸로 뒤집어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의 무력감을 나타냈다.
워낙 충격적이고 역사적인 사건이다보니.. 확실히 911테러는 예술계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주제 같다.


당나귀, 개, 고양이, 까마귀가 올라가있다.
브레멘 음악대의 동물들을 표현했다고 하는데 브레멘 음악대의 수탉대신 까마귀가 앉아있다.
이 작품을 보고 나왔더니 이들을 해골로 표현한 작품을 마주했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간에 죽음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잘 표현한 듯 하다.

처음에 대충보고 지나가면서 참전용사 기념비 같아 보였는데 유쾌한 작품이었다.
화강암으로 만든 기념비로서 1874년 이래로 잉글랜드 축구 국가대표가 패배한 모든 경기를 적어두었다고 한다.
누군가에는 스포츠가 그 이상의 의미 아니일까.

마주하는 순간 폰타나가 생각난 작품.
그런데 해설이 정말 꿈보다 해몽이다....
카텔란은 대각선 방향으로 캔버스를 훼손한 폰타나의 대표작을 그대로 모방하는 대신 지그재그 모양으로 칼집을 냈다. 수많은 대중 매체를 통해 리메이크된 허구의 인물 '조로'처럼 말입니다.
조로는 가난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구하고 정의를 구현한 다음 현장에 재빠르게 '제트(Z)'를 그려놓고 홀연히 사라집니다.
이처럼 이 검은 캔버스는 허구적 인물과 실존 인물, 대중문화 속 캐릭터와 미술사의 거장이 교차하는 장으로 거듭납니다.

박제 다람쥐. 너무 작고 귀여운 다람쥐인데 축 늘어져있다.
자세히 보니 총이 있고 소주잔 같은게 놓여있는데, 다람쥐가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음을 암시하고 있다.
귀여운 작품인 줄 알았는데 사실 현실의 무거움을 녹여냈다.

사람들이 "이건 나도 할 수 있겠다"라고 말하게 만드는 논란의 작품.
예술작품의 기준은 과연 무엇인지 또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여기 노숙자가 있다. 도시 곳곳에 존재하지만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되는 이들이 아름다운 작품을 감상하기 위한 곳인 미술관의 로비에 자리를 잡았다. 의외의 장소에 놓인 노숙자 연작은 1996년 최초 발표된 이래로 관객의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첫 작품인 <안드레아스와 마띠아(Andreas e Mattia)>를 본 관객은 이를 진짜 노숙자로 오해하여 경찰에 신고했다. 2년 후 위스콘신 대학 캠퍼스에 <케네스(Kenneth)>라는 이름으로 노숙자 모형이 전시되자, 누군가 대학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시위 팻말을 더해주어 작가도 모르는 사이 투쟁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얼굴 없이 웅크리고 있는 모형은 사회에서 소외된 노숙자를 직면하도록 하는 동시에 미술관에 들어오기에 적합한 사람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전시장 들어서는 입구와 로비에 있었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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